모리/남/14kg
모리는 2020년 여름, 진해구 두동에 있는 작은 식당 근처 전봇대에 묶여 있는 채로 발견됐어요.
줄 하나에만 의지한 채 서 있었는데,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모리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죠. 구조 요청을 받고 보호소와 봉사자가 도착했을 때, 모리는 겁이 나면서도 꼬리를 살짝살짝 흔들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진해유기견보호소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그 전까지 모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사람을 대하는 표정이나 행동이 사람 손을 전혀 타보지 않은 아이는 아니었고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한때는 분명 누군가와 함께 살던 아이입니다. 목줄 자국, 몸 상태, 사람 곁에 서 있을 때 살짝 기대는 자세 속에서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라는 느낌이 전해졌어요.
봉사자들이 오면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하고 산책 줄을 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을 하는 모리.
보호소에 입소한 뒤, 모리는 어느새 6년째 철창 안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고 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옆 우리에서 하나둘씩 입양되어 나갔지만 모리에게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입양 문의도 없었어요.
사람에게는 어떠한 행위에도 입질 한번 없이 온순하고 친화적이며 봉사자와의 산책이 가장 행복한 똑똑한 모리, 해외입양을 진행하는 진해보호소 봉사자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가족을 찾아주고자 했지만 개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이 서툴어 자주 부딪혀서 늘 따로 산책해야 했던 모리는 해외입양 시도조차 힘들었습니다.
늘 안락사를 진행하는 시보호소에서의 삶만 6년인 모리에게 시간이 없습니다. 더이상 외면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모리의 임시보호부터 시작하여 가족을 찾아주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려고 해요.
전봇대에 묶여 있던 그날처럼 모리는 지금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생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모리와 가정생활을 해주실 임시보호자님을 찾습니다.